지난번 칼럼에서 유치원부터 시작하면 좋은 대입준비로 과외활동을 들었다. 이번에는 독서(reading)를 소개한다. 독서를 유치원부터 시작하면 좋은 이유는 세가지다.
첫째, 수학은 단거리 경주가 가능하지만 독해력은 장거리 경주다. 대입에서 내신성적 다음으로 중요한 SAT, ACT와 전액 장학금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PSAT에서 독해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특히 수학에 강하고 독해력에 약한 한인 학생에게는 더 그렇다. 입학사정관이 최우선적으로 보는 내신성적도 독서에 의해 많이 좌우된다. 영어, 문학, 역사, 사회과목은 많은 분량을 읽고 비판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대학에 들어가면 매주 수백 페이지를 읽고 페이퍼를 써야 하는데 독해력이 약하면 처지게 되었다.) 과학 특히 생물학은 한인 유학생이 가장 고전하는 과목이다. 영어로 된 수많은 생물학 용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학도 문장제(word problem)의 경우 수학실력이 있어도 영어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수학문제를 풀 수 없다.
틀에 짜여진 입학원서와는 달리 지원자의 개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에세이도 평소에 독서를 많이 한 학생이 유리하다. 12한년때 원서마감을 앞두고 속성과로 SAT나 ACT 성적을 올리려는 학생이 있다. 수학의 경우 몇개월간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지난번 시험보다 수십점 크게는 수백점도 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독해력은 꼼짝하지 않는다. 독해력과 어휘력은 유치원부터 책을 많이 읽으므로써 꾸준히 향상시켜야 한다. 독해력은 다독과 더불어 폭넓은 어휘력에서 나온다. 효율적인 다독을 위해서 자녀에게 적당한 나이에 속독법(speed reading)을 배우게 하는 것도 부모의 지혜일 것이다.
자녀가 유치원때부터 12학년까지 읽을 도서목록을 부모가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기독교 고전을 포함하여 인문 고전을 망라할 수 있다. 어떤 책은 아이가 잠자가 전에 부모가 읽어 줄 수도 있고 어떤 책은 부모도 읽고 자녀와 함께 토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강영우 박사의 장남 강진석씨가 쓴 하버드대 입학 에세이는 유명하다. 비록 시각 장애자인 아빠가 다른 아빠들처럼 자기하고 자전거를 타거나 야구를 함께 할 수는 없었지만 잠자리에 들기전 아빠가 불을 끄고 어둠속에서 읽어주던 동화책과 성경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다는 에세이는 입학사정관들을 감동시켰고 입학처장이 직접 강영우 박사에게 전화하게 하였다. 강진석씨는 아빠처럼 앞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을 치료해 주기 위해 안과의사가 되었고 30만번 이상의 눈수술을 집도해 위싱턴 포스트가 선정한 “2011년 최고 의사”에 선정되기도 했다.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반드시 사전을 찾아서 단어장이나 색인카드(앞면에는 단어 혹은 단어가 포함된 예문, 뒷면에는 뜻)에 기록하고 외우게 하면 어휘력을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다. 이렇게 문맥 속에서 단어를 익히는 것이 기억을 최대화할 수 있다. 만일 자녀가 일찍부터 독서를 많이 하지 않아 어휘력이 약할 경우는 어휘력을 별도로 높여주는 교재를 활용할 수 있다. 시중에 여러 종류의 단어공부 교재가 있지만 홈스쿨에서 많이 사용하는 매우 효과적인 교재가 있다. Wordly Wise 3000이라는 시리즈 교재로서 유치원부터 12학년까지 학년별 난이도에 따라 발행되었다. 꼭 학년별이 아니더라도 자녀의 어휘력 수준에 따라 맞는 단계에서 시작할 수 있다. 아마존이나 Mardel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마델에서는 매년 7월과 1월에 교육자료 전체에 대한 20% 할인을 실시한다.
필자의 딸 아이가 6학년때 유니온 학군에서 Holland Hall로 전학하였다. 새 학교에서 유대인 여학생과 단짝이 되었는데 대화할 때마다 드러나는 그 여학생의 풍부한 어휘력에 크게 도전을 받았다. 그 유대인 여학생은 Mizel Jewish Community Day School에서 초등학교 5년을 마치고 홀랜드홀에 진학하였다. 어릴 때부터 독서를 많이 하는 유대인 자녀의 우수성이 증명된 것이다. 유대인 자녀교육에 관하여 랍비 빅터 솔로몬이 쓴 책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 “옷을 팔아 책을 사라.”
둘째, 독서는 습관이다. 따라서, 유치원부터 독서습관을 기르지 않으면 중간에 습관 들이기가 쉽지 않다. 공사립학교에서 학생들이 책읽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면 학생의 독서습관을 엿볼 수 있다. 어떤 학생은 책읽는 것이 제2의 천성이 되어서 책을 친구처럼 가까이 하고 독서를 사랑한다. 다른 학생은 책을 꺼려하고 독서를 귀챦게 생각한다. “A Reader is a Leader”라는 표어대로 독서습관에 따라 학력과 인생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이 독서습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유치원 시절부터 책이 평생 친구가 될 수도 있고 평생 먼 친구나 원수가 될 수도 있다. 책이 주변에 없으면 먼 친구가 될 것이고 무리하게 읽기를 강요하면 평생 원수가 될 수 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아이 주변에 책을 계속 비치해 놓아 스스로 책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하고 부모가 평소에 자녀앞에서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책이 평생 친구가 될 수 있다. 어떤 아이에게는 텔레비전이, 어떤 아이에게는 비디오 게임이 평생 친구가 될 수 있다. 유대인은 아이들이 히브리어 알파벳을 배울 때 글자에 꿀을 발라 맛보게 하므로 독서와 공부가 얼마나 달콤한 것인지를 두뇌에 각인시켜 준다. 독서습관이 들지 않은 자녀에게는 21일 특별작전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좋은 행위든 나쁜 행위든 그것을 21일간 지속적으로 실시하면 평생 습관이 된다는 심리학자의 이론에 근거하여 21일동안 거르지 않고 일정한 양의 독서를 하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상으로 주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돌잔치때 아이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는 돌잡이 순서가 있다. 돌상에 연필과 책, 실, 돈, 쌀 등을 올려 놓고 아이가 연필과 책을 잡으면 학자, 실은 장수, 돈과 쌀은 재력을 의미한다. 만일 유대인 아이가 한국식 돌잔치에 참여한다면 열이면 열 다 책을 잡을 것이다. 유대인에게는 성경으로 해석될 수 있는 책을 잡는다면 사실 실과 돈도 함께 잡은 거나 마찬가지다. “내 아들아, 나의 법을 잊어버리지 말고 네 마음으로 나의 명령을 지키라. 그리하면 그것이 너로 장수하여 많은 해를 누리게 하며 평강을 더하게 하리라”(잠언 3:1). “모세가 네게 명령한 그 율법을 다 지켜 행하라…그리하면 어디로 가든지 형통하리니”(여호수아 1:7).
몇년전 ORU에서 신학석사 공부를 하던 한인 목사님 가정과 교제한 적이 있었다. 그 목사님 집에 가면 귀여운 서너살 짜리 남매가 있었다. 그 가정의 특징이라면 한국어로 된 어린이 도서가 도서관 처럼 많다는 것과 부모가 자녀에게 한국어로 말을 할 때 자녀의 어휘 수준에 맞추지 않고 어른을 상대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성인 수준의 어휘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녀를 대할 때 어른을 대하는 것처럼 자녀에 대한 존중심이 있었다. 목사님 가정이 학위를 마치고 메시아닉 교회(예수를 메시야로 고백하는 유대인 교회)의 부목사로 청빙받아 달라스로 이사했다. 얼마후 달라스에 가는 길에 목사님 가정을 방문했는데, 그 남매의 탁월한 어휘 구사력과 지적, 인격적, 영적 성숙도에 놀란 적이 있었다. 유대인 가정교육의 원리를 적용한 결과인 것 같다.
사실 자녀의 독서는 유치원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아이가 9개월 동안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부터 시작할 수 있다. 독서태교는 좋은 책을 읽음으로써 임신부에게 정서적, 심리적 안정을 주어 태아에게도 간접적으로 좋은 자극과 영향을 미치게 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엄마가 태아가 들을 수 있도록 책을 소리내어 읽어주면 직접적인 독서의 효과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태아의 뇌발달을 자극하고 언어 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어린아이의 뇌는 생후 3년안에 어른 뇌의 80%가 형성되고 이 기간에 형성된 뇌구조는 나머지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아인슈타인의 뇌 연구로 유명한 Marian Dianmond 박사가 이끄는 UC Berkeley 연구팀은 이 기간동안 유전자(nature)외에 환경(nurture)의 자극에 의해서도 지능이 상당부분 결정된다고 발표하였다. 환경의 자극은 지적 자극과 정서적 자극으로 구성된다. 유대인들이 지적 수준이 높고(IQ) 정서적으로 안정된 이유(EQ)는 이 기간중에 아빠가 책을 읽어주고 글을 가르쳐 주고 엄마가 애정이 담긴 신체적 접촉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이때 받는 학대나 애정결핍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텔레비전이나 비디오물에의 노출은 뇌발달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정통 유대인 가정에 가면 텔레비전이 없다. 대신 유대인은 아이에게 질문과 토론을 많이 하므로 뇌에 지속적인 자극을 준다.
셋째, 최초로 읽는 책이 무엇이냐에 따라 인생이 좌우될 수 있다. 미국에서 읽기를 배우는 것은 보통 초등학교 1학년(6살)때다. 유치원(3-5)에 다니는 아이들은 이 기간에 읽기를 배우기 시작한다. 그런데, 유대인이나 식민지시대 미국교육은 3살 이전에 읽기를 시작했다. 유대인들이 읽기를 이렇게 일찍 시작하는 이유는 자녀로 하여금 하나님 말씀을 읽게 하기 위해서다. 곧 쉐마(shema)를 순종하기 위해서다.
“이스라엘아 들으라.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하나인 여호와시니, 너는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 오늘날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에 행할 때에든지 누웠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 너는 또 그것을 네 손목에 매어 기호를 삼으며 네 미간에 붙여 표를 삼고, 또 네 집 문설주와 바깥 문에 기록할지니라” (신명기 6:4-9).
유대인은 하나님의 계명(모세오경 혹은 토라)을 자녀에게 가르치기 위해 한살이나 두살 때부터 읽기를 가르친다. 바울이 디모데에게 한 말이 이를 증명해 준다. “또 네가 어려서부터(NIV에는 “from infancy”) 성경을 알았나니”(딤전 3:15). 당시 유대인 자녀들은 5살까지 홈스쿨을 하다가 6부터 10살까지 회당학교(Bet Sefer)에 다녔다. 여기서 주5일 배우는 교과서는 토라가 전부다. 이 기간동안 모세오경을 모두 외우고 해석을 배웠다. 핵심적 학습방법은 귀납법적 질문이다. 학생으로 하여금 질문을 하게 만든다. 그다음 단계(Bet Talmud)에 올라가서는 나머지 구약성경을 외웠다. 지금도 이스라엘의 유대교 신학교에서는 성경을 이렇게 외운다. 예수님이 12살때 성전에서 석학들과 성경을 토론한 것이나 광야에서 시험받을 때 세번 성경말씀을 인용한 것은 암송에서 나온 것이다. 10여년전 남가주에서 필자의 가족이 정통파 유대인 가정에 초대받아 그들의 안식일 의식에 참석한 적이 있다. 거기서 필자는 어린아이부터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성경말씀을 얼마나 사랑하고 존중하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회개를 많이 한 적이 있다.
17세기 식민지시대 미국으로 돌아가 보자. 청교도들은 신구약시대의 유대인을 모델 삼아 집에서 자녀들에게 매우 어린 나이에 읽기를 가르쳤다. 보통 2살부터 4살 사이에 읽기를 배웠다. Doreen Claggett의 Never Too Early 라는 책에 보면 몇가지 예가 나온다. Jane Turell은 세살때 많은 시편과 시가 포함된 교리문답서를 거의 외웠고 네살때는 심오한 신학적 질문을 하였다. Martha Laurens는 세살때 어떤 책도 다 읽을 수 있었으며, Joseph Buckingham은 네살때 뉴잉글랜드 입문서와 웨스트민스터 교리문답서의 대부분의 내용을 암송하였고 16살까지 성경을 12번 읽었다. 부모들은 세살때 자녀들에게 영어단어뿐 아니고 라틴어 단어를 가르쳤다. 예일대 학장을 지냈던 Timothy Dwight은 알파벳을 첫번째 시간에 다 익혔고 네살이 되기전에 성경을 읽었고 친구들에게 성경을 가르쳤다. 문법학교(7세-15세)의 입학조건은 읽기와 쓰기를 다 마친 학생이었다. 그 결과, 그 당시의 식자율은 100퍼센트에 가까와 세계 최고였다. 학문과 신앙 그리고 경건한 성품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성경을 첫번째 입문서 및 학습 교과서로 배웠던 미국 헌법제정자들은 이런 성품과 학문을 바탕으로 인류역사상 최초로 주권이 국민에게 주어진 대의민주제 국가를 세웠다.
유대인과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의 성공의 비결이 아래 성경말씀에 잘 요약되었다.
“나의 종 모세가 네게 명령한 그 율법을 다 지켜 행하고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라. 그리하면 어디로 가든지 형통하리니, 이 율법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그 안에 기록된 대로 다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네 길이 평탄하게 될 것이며 네가 형통하리라.” (여호수아 1:7-8)
학문적 형통의 예를 현대교육에서 찾아보자.
앞서 언급한 Never Too Early의 저자 Doreen Claggett 여사가 세운 Rocky Bayou Christian School(Niceville, FL)은 유대인과 식민지시대 미국의 교육을 모델로 세운 학교로서, 유치원 3살 프로그램에서 읽기를 배우고, 4살 프로그램에 올라가면 읽기와 수학 수준이 초등학교 1학년(6살) 수준이 되고, 5살 프로그램에 올라가면 초등학교 2-3학년(7-8살) 수준에 도달한다. 따라서, 기존 학생과 전학온 학생 사이에 병행접근제(two-track system)를 도입하였다.
필자가 남가주에서 현용수 교수의 쉐마교육세미나 참가자와 함께 정통파 유대인 예시바 고등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학생들은 오전에 유대교 교육을, 오후에 일반 학문을 배운다. 현용수 교수의 IQ는 아버지 EQ는 어머니 몫이다: 유대인의 천재교육, EQ교육, 지혜교육 제1권에 나와 있는 대로, 아침 7:30분에 아침 기도회를 하고 9시부터 오후 12:30분까지 탈무드교육과 성경 및 유대인 역사를 배운다. 학생들은 점심식사를 한 후, 전교생이 오후 1:30분 부터 15분간의 기도회를 갖는다. 그리고 오후 1:40분부터 5:30분까지 4시간 동안만 영어 수학 등 일반 학문을 공부한다. 그 학교 랍비의 말에 의하면 학생가운데 SAT 점수 1,400점 이상 받은 학생이 수두룩하다(당시 하버드 입학 평균 SAT가 1,375). 한 12학년 학생은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우리는 조상 대대로 이렇게 오전 내내 성경공부를 해야 마음이 더 집중되고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셔서 이방사람들이 3시간 공부할 것을 우리들은 1시간만 하면 따라 갈 수 있습니다.”
다른 책이 자녀의 마음을 점령하기 전에 성경이 먼저 차지할 때(엄마 뱃속에서 부터까지), 다른 많은 좋은 책중에서 성경이 자녀의 독서와 삶의 중심에 있을 때, 자녀가 매사를 성경의 관점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때, 대입뿐 아니라 자녀의 삶의 모든 영역에 하나님의 형통이 임할 것이다(여호수아 1:7-8, 시편 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