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신입생 선발 기준에 있어서 근본적인 변화가 오고 있다. 이 변화는 지금까지 중시해 왔던 선발 기준의 문제점에 대한 자각인 동시에 미래 사회가 기대하는 바람직한 인간상에 대한 조명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중요시해 온 대입 사정의 초점은 개인적인 학업 성취였다. 즉, 대학에서는 고등학생 가운데 ‘난 사람’과 ‘든 사람’을 우선적으로 선발했다. 재능이 많아 두각을 나타낸 학생(난 사람)과 공부를 많이 하고 지식이 풍부한 학생(든 사람)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된 사람’을 찾겠다는 것이다. 덕망이 있고 인간성이 풍부한 학생이다. 자신의 업적을 추구하는 학생보다 남을 돌보고 사회적 문제 해결에 헌신하는 학생에게 더 많은 점수를 주겠다는 것이다. 초인적인 인간 보다 인간미 넘치는 사람을 길러 내겠다는 것이다.

Making Caring Common

이런 혁신적인 내용은 하버드 교육대학원이 주도한 Making Caring Common 프로젝트가 며칠전 1월 20일에 발표한 보고서에 들어있다. 이 보고서는 대학 입학처장, 학장, 고등학교 교장 및 카운셀러, 대입 전문가, 성품교육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토론을 거쳐 작성한 것으로 이미 80여명이 이 보고서에 지지를 표명했다. 이중에는 대부분의 아이비리그 대학과 아이비 플러스 대학 그리고 유수한 대학의 입학처장과 명문 사립학교의 대입 상담처장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서명자 가운데는 이미 그들의 입시요강에 이 새로운 지침을 반영한 경우도 있다. 위원회는 앞으로 2년안에 대학 입학처장, 학부모, 고등학교 대입 상담처장, 고등학교 교장 및 대학교 학장과의 협력을 통해 이 지침이 폭넓게 시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한다. 보고서 작성의 주도 인물인 하버드 대학교의 리차드 와이스보드 교수는 이렇게 여러 대학이 함께 모여 대입 사정에 있어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에 관해 함께 협의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 프로젝트는 와이스보드 교수와 스테파니 존스 교수가 4년간 2백만불의 그랜트를 받아 실시한 것이다. 두 교수는 2013년에 33개 중고등학교 학생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설문에 응답자의 48%가 높은 학업을 성취하는 것, 30%가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22%가 남을 돌보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한 응답자의 81%는 그들의 부모가 타인을 돌보는 것 보다 높은 학업 성취와 행복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학교에서 남을 돌보는 것보다 반에서 공부를 잘 하는 것을 부모가 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반면에 부모의 96%는 자녀가 남을 돌보는 것 등 도덕적 성품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결국 겉 다르고 속 다른 부모의 이중성이 드러났다.

사실 그동안의 입시 정책은 몇가지 부작용이 있었다. 지나치게 개인적인 학업 성취에 촛점을 두었고 따라서 입시생 가운데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했다. 또한 탁월한 내신성적과 표준학력 평가시험은 아무래도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에게 유리했다. 이런 면에서는 한국의 현실과도 비슷하다. 예일대학의 제레미 퀸란 입학처장은 학생이 학교 안팍에서 많은 성취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인을 돌보고 공동의 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예일대학은 내년부터 대입 에세이에 한 가지 제목을 더 추가할 것인데 그것은 지원자가 그의 가정이나 지역사회에 어떤 공헌을 했는지를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다. 학력 평가의 비중을 줄이고 봉사활동에 무게를 두는 입시제도를 고등학생이 오용할 가능성에 대해 와이스보드 교수는, “물론 학생중에는 진정한 관심이 없으면서도 의무사항이므로 혹은 대입시를 위해서 사회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이에 대해 글을 쓸 때도 진실되지 않게 쓰려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이 그릇된 동기로 봉사활동에 참여하더라도 그 과정 속에서 성숙해지고 성장해 간다는 것이 연구결과다.” 라고 말한다.

다음은 Making Caring Common 프로젝트가 발표한 보고서를 요약한 것이다.

대학 입학처는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길 원한다. 곧, 지적 활동에 참여하는 것 만큼이나 윤리적 활동 즉, 타인과 공익을 돌보는 활동도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이 메지지는 세 분야로 나뉘어졌다.

첫째는, 대입시는 고등학생들로 하여금 좀더 진정하고 뜻깊은 방법으로 타인과 지역사회에 공헌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그 결과, 공동의 선에 좀더 진정한 투자를 하고 자신과 배경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좀더 깊은 이해와 존중심을 함양하도록 한다.

둘째는, 대입시는 고등학생들의 타인과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을 평가하되 자신과는 다른 인종, 문화, 계층에 속한 가정과 지역사회에 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셋째는, 대입시는 다음 두가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지적 및 윤리적 활동을 권장한다. 한 그룹의 학생들은 사회경제적인 이유로 학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자원과 기회가 부족하다. 또 다른 그룹의 학생들은 높은 학력 성취와 명문대학 입학 때문에 지나치게 많은 압력을 받아 정서적 불안정을 경험하고 타인을 고려하고 봉사할 수 있는 시간을 낼 수 없게 된다. 대입시는 학생으로 하여금 현재의 높은 학업 수준을 유지하면서 사회봉사 활동을 위해 추가로 시간을 내라고 권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건강하고 공정한 대입시는 다음 세가지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진정한 시민정신을 발휘하는 학생에게 보상을 해주고, 지나친 학업성취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감해 줄 뿐 아니라, 학업성취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여 다양한 경제적 계층의 학생들이 학업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다.

위 세가지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추천 내용이다.

첫째, 타인, 지역사회, 공리를 위해 공헌한다.

  1. 의미있고 지속적인 봉사활동: 학생의 열정과 흥미에서 유발된 봉사활동에 참여하되 최소한 1년 동안 지속적으로 참여한다. 종종 비용을 많이 들여 제3세계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대입시에 유리하다는 편견이 있는데, 이런 거창한 활동은 기업가 정신과 리더십을 과시할 지는 몰라도 참여자에게 큰 의미가 없는 활동인 경우가 많다. 대입시에 가치있는 봉사활동은 동네에서냐 해외에서냐, 평회원으로서냐 리더로서냐의 문제 보다도, 학생이 그 봉사활동에서 얻은 경험, 윤리적 깨달음, 기량에 얼마나 심취했느냐에 있다.
  2. 단체활동: 개인 활동 보다도 단체에 속해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한다. 예를 들면, 동네 공원을 손본다든지, 학교나 지역사회의 왕따 문제를 해결한다든지, 환경을 보호한다든지 하는 활동이다.
  3. 다양성 체험: 보통 봉사활동 참여자는 수혜자에게 생색을 내는 경우가 많고 그 활동을 통해서 참여자 자신이 사회계층의 구조와 불평등에 대해 깊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누구를 위해서(for) 하는 봉사활동 보다는 수혜자와 함께(with) 하는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 참여자와 수혜자가 상호간에 배우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4. 역사의식 고취: 봉사활동은 전 세대가 이루어 놓은 것에 대한 감사와 후 세대를 위한 책임감을 새겨보는 것이 되어야 한다. 종교적이든 세속적이든 4H 클럽과 같이 전통이 있는 단체에서 활동하게 되면 이런 감사한 마음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둘째, 다양한 인종, 문화, 계층을 향한 봉사활동을 한다.

  1. 집안 돌보기: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 자신의 가정에 공헌하는 것도 중요하다. 종종 단기적이면서도 세간의 이목을 끄는 봉사활동이 대입시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자신의 가정을 돌보는 것은 꾸준하면서도 힘들고 심오한 활동이므로 관과할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린 동생을 돌본다든지, 집안의 중요한 업무를 처리한다든지, 가계를 돕기 위해 밖에서 일한다든지 하는 것은 대입시에서 상당히 가치있는 활동이다.
  2. 연속성: 일정한 기간동안만 하는 봉사활동 보다도 윤리적으로 책임감 있고 진정으로 다른 사람 과 지역사회를 돌보는 봉사활동은 학생의 매일 매일의 삶에 그것이 드러나야 한다.

셋째, 성취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감하고, 성취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다양한 경제적 계층의 학생들이 공평하게 성취하도록 돕는다.

  1. 양보다 질: 대입시에 유리하다고 생각하여 대입 이력서를 길게 작성하는 것이 현 추세인데, 심도있게 참여하고 본인에게 진정한 의미가 있는 과외활동을 두세개만 기입한다. 과외활동의 양 보다도 질을 중요시하여 지적 및 윤리적 활동의 심도에 따라 성취도를 평가한다.
  2. 어려운 과목 수강: AP 과목이나 IB 과목을 많이 이수할 수록 대입시에 유리하다는 관념을 버리고 제한된 과목에서 지속적인 성취를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일부 학생에게는 고급 학습 과정을 많이 듣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대부분의 학생에게는 소수의 과목을 듣는 것이 효율적이다. 고급 과목을 적게 듣는 학생이 더 이상 불리해서는 안된다. 고급 과목을 가르치지 않는 고등학교는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기 위해 이런 과목을 개설해야 한다.
  3. 대리 작성 문제: 타인의 코칭을 많이 받아 작성한 번듯한 원서보다 학생 자신이 직접 작성하여 진정성, 자신감, 정직성이 드러나는 원서가 더 유리하다.
  4. 학력평가시험: 공부에서 오는 고등학생의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해 표준학력 평가시험(SAT/ACT)을 제한해야 한다. 즉, 이런 시험 점수를 제출하는 것을 선택사항으로 한다든지, 이런 점수가 대입 사정에 실제로 얼마나 반영되는지를 공개하고, 한가지 시험을 두번 이상 보지 말 것을 권한다든지 하는 것 등이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보고서 전문을 읽을 수 있다.

보고서